승기 잡은 KBS '불후의 명곡'...MBC '뜻밖의 Q' 왕좌 탈환할까.

토요 예능의 절대강자  MBC <무한도전>이 퇴장한 뒤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한 방송사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스페셜방송을 내보낸 최근 2주 동안 시청률 추이를 보면 토요 예능의 판세는 아직 안갯속이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가구시청률(전국기준)으로는 SBS가 1·2부 각각 6.5%/9.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개인 단위의 시청자 수로는 <무한도전>이 총 298만 7천명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지난 21일엔 KBS <불후의 명곡>이 1·2부 9.5%/13.6%로 가구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고, 시청자 수로도 3사 중 가장 많은 총 350만 7천명의 시청자가 <불후의 명곡>을 봤다. <무한도전>의 시즌 종료 선언 이후 각 방송사가 엎치락뒤치락하며 경합 중인 것이다. 

각 방송사들은 토요 예능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편성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CJ E&M 계열 채널들도 비슷한 시간대에 외국인+관찰 예능을 혼합한 <서울메이트>와 스튜디오형 버라이어티 <놀라운 토요일>을 연달아 편성하며 경쟁 구도에 가세한 모양새다. 안정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메이트>를 도움닫기로, <놀라운 토요일>로 보다 폭넓은 시청자층의 주목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KBS 2TV <불후의 명곡> '조용필 특집' 스틸컷 ⓒ KBS

KBS, 역대급 '전설'로 승기 잡는다

KBS 2TV <불후의 명곡>은 묵직한 한 방을 내놨다. 지난 21일 방송을 시작으로 3주간 이어지는 조용필 특집이 그것이다. 조용필의 출연 소식에 방청 신청은 평소의 7배로 뛰어올랐다. 

<불후의 명곡>의 성패는 '전설'이 좌우한다. 2011년 방송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불후의 명곡> 담당이었던 권재영 CP에 따르면 보통 한 편에 출연할 전설을 섭외하는 데에는 6개월가량 소요된다.

특히 이번에 출연이 성사된 조용필의 경우 <불후의 명곡> 제작진은 지난 8년간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꽃다발과 화환 등으로 꾸준히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려왔다. 초대 '전설'이었던 심수봉을 찾아간 권재영 CP가 심수봉의 노래인 '비나리'를 가사도 보지 않고 2절까지 부른 일도 있다.

"(전설로 출연할 가수를) 찾아뵈면 승낙을 얻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할 만큼의 섭외력을 자랑하는 <불후의 명곡>은 조용필 특집 뒤에도 200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팝 그룹 '웨스트라이프' 등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전설'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음악도 중요한 부분이다. 권재영 CP는 "주말 예능의 경우 시청률에 굉장히 민감해 프로그램의 내용도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불후의 명곡>은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 왔다"며 "그래서 구성은 8년 전과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음악적인 부분은 조금씩 퀄리티를 높여가기 위해 신경을 써 왔다. 음악 예능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SBS <백년손님> 스틸컷 ⓒ SBS

기반 다지기 나선 SBS, 2049 시청자 붙잡기

2009년 시작된 또 한 편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SBS <백년손님>의 저력도 만만찮다.

'백년손님'이라 불리는 사위가 아내의 본가에 홀로 찾아가며 벌어지는 일화를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목요일 오후 방영 당시 총 164주간 동시간대 시청률 최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일단 <백년손님>은 당분간 시청률 추이를 지켜보며 숨고르기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무한도전>이 종영한 데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는 시가라서 섣부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남승룡 SBS 예능본부장은 "앞으로 토요일 저녁 시간대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백년손님>이 잘 해주고 있는 만큼 일단은 시청 패턴의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다 젊은 시청층을 유입하기 위한 복안은 내놓고 있다. 최근 <백년손님>은 그룹 씨스타 출신 소유와 우주소녀 멤버 다양이 마라도를 찾아 물질을 체험하는 과정을 방송했고, 전 연령층에 인지도가 높은 하일(로버트 할리)을 새 처가살이 멤버로 낙점했다.

남승룡 본부장은 "2049 시청층 유입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백년손님>을 오랫동안 좋아해 준 중장년층 시청자와 더불어 젊은 층의 시청자가 유입된다면 프로그램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MBC, 시청자 참여형 예능으로 '틈새' 노린다

▲ MBC < 뜻밖의 Q > 스틸컷 ⓒ MBC

<무한도전>이 멈춘 뒤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MBC도 새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잰걸음에 나섰다. 다음달 5일 첫 방송하는 <뜻밖의 Q>는 '뜻밖의 상황'에서 출제된 문제를 연예인 패널들이 맞히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당초 이 프로그램은 음악 퀴즈쇼가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작진은 논의 끝에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각양각색의 시청자 출제위원이 등장하는 '쌍방향' '소통' 예능에 무게를 실었다.

<나 혼자 산다> 등으로 관찰 예능의 전성기를 열기도 한 최행호 <뜻밖의 Q> PD는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스타·관찰 예능 위주가 되면서 시청자가 방송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참여 방법도 간소화했다. 제작진은 기존의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처럼 공식 홈페이지에도 채널을 열어 두지만, 휴대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시청자가 언제든 손쉽게 출제위원으로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행호 PD는 "젊은 층의 문화를 (문제에) 많이 반영하다 보니 주 시청층인 장년층에겐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며 "이런 부분은 편집 과정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